오페라에서 흔히 등장하는 "사랑의 이중주"는 대개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사랑을 노래하는 장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두 명의 여성이 부르는 사랑의 이중주도 가능할까요? 이 질문을 깊이 파고들기 전에, 오페라에서 메조소프라노의 역할과 카스트라토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헨델과 글룩의 오페라에서 이러한 성역할 변화와 음역의 배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두 명의 여성이 부르는 사랑의 이중주
전통적으로 오페라에서 사랑의 이중주는 남성(주로 테너)과 여성(주로 소프라노) 간의 사랑을 노래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푸치니의 라 보엠이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우리는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이중주를 자주 목격합니다. 그러나 현대 오페라 무대에서는 다양한 해석과 연출이 가능해졌습니다. 특정한 연출 의도나 캐스팅에 따라 두 명의 여성이 사랑의 이중주를 부르는 장면도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메조소프라노와 소프라노가 함께 부르거나, 두 소프라노가 연기하는 설정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오페라 무대는 성역할의 유연성을 인정하며, 때로는 두 여성이 부르는 사랑의 이중주도 색다른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메조소프라노의 역할
메조소프라노는 여성 성부 중 중간 음역대를 담당합니다. 소프라노보다는 낮지만 알토보다는 높은 이 성역대는 오페라에서 매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메조소프라노는 종종 주인공의 친구, 조력자, 어머니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페라의 중심 인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비제의 카르멘에서 메조소프라노가 주인공을 맡아,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또한, 메조소프라노는 종종 남성 역할, 이른바 "바지 역할"(trouser role)을 맡습니다. 이 역할은 오페라에서 젊은 남성 캐릭터를 여성 가수가 연기하는 전통을 가리키며, 메조소프라노가 이러한 역할을 맡아 성역할의 경계를 허무는 장면이 자주 연출됩니다. 이는 카스트라토 성악가의 전통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카스트라토와 메조소프라노
카스트라토는 17~18세기 오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성악가들로, 변성기 이전에 거세되어 높은 음역대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남성의 신체적 힘과 성숙함을 지니면서도, 여성의 음역대를 소화하는 독특한 음성을 자랑했습니다. 헨델, 비발디와 같은 바로크 작곡가들은 카스트라토를 위해 수많은 아리아와 오페라를 작곡했으며, 이 시기의 오페라에서는 카스트라토가 남성 주인공을 연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18세기 후반, 카스트라토의 전통이 점차 사라지면서, 그들이 맡았던 고음역대의 남성 역할을 메조소프라노나 카운터테너가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메조소프라노는 카스트라토가 소화했던 남성 역할을 "바지 역할"로 이어받으며, 오페라 무대에서 성역할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성역할의 변화는 오페라의 음악적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화와도 맞물려 성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헨델과 글룩의 오페라에서의 메조소프라노와 카스트라토
헨델의 오페라에서 카스트라토는 필수적인 존재였습니다. 그의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 (Giulio Cesare)에서 카스트라토가 주인공 줄리오 체사레를 연기했으며, 헨델은 카스트라토 성악가들의 뛰어난 성량과 기교를 위해 화려한 아리아를 작곡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이 역할을 메조소프라노나 카운터테너가 맡게 됩니다. 메조소프라노가 줄리오 체사레를 연기할 때, 그녀는 카스트라토의 음역과 음색을 모방하면서도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새로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습니다.
글룩의 경우, 그의 개혁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Orfeo ed Euridice)에서 남성 주인공 오르페오는 카스트라토를 위해 쓰였으나, 현재는 메조소프라노가 이 역할을 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오르페오의 고통과 사랑을 담은 음악은 메조소프라노의 감성적 해석과 결합되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글룩은 오페라에서 극적 표현을 중요시했으며, 메조소프라노의 풍부한 감정 표현이 오르페오의 슬픔과 절망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오페라에서 성역할과 음역의 변화는 그 시대의 사회적, 음악적 변화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메조소프라노가 남성 역할을 맡는 "바지 역할" 전통은 카스트라토의 역사적 배경과 연결되며, 헨델과 글룩 같은 작곡가들의 오페라에서 메조소프라노가 카스트라토를 대신해 활약하는 모습을 통해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두 명의 여성이 부르는 사랑의 이중주는 전통적이지 않지만, 오페라의 다양한 해석과 연출 덕분에 현대 무대에서는 충분히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역동적인 변화는 오페라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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