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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하이든의 농담 교향곡

by 해이야 2024.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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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은 클래식 음악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의 음악에는 엄숙함뿐만 아니라 유머도 가득 담겨 있습니다. 하이든의 유머 감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그의 '놀람 교향곡'(Surprise Symphony)입니다. 하이든이 일부러 청중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 교향곡 중간에 갑작스러운 소리 변화를 넣었다는 이야기는 그가 음악을 통해 청중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를 제공합니다.

 

1. '놀람 교향곡'의 탄생 배경

하이든의 교향곡 94번, '놀람'은 1791년 런던에서 초연되었습니다. 당시 하이든은 이미 유럽 전역에서 존경받는 작곡가였지만, 청중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신선한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 교향곡의 별칭인 '놀람'은, 청중을 깜짝 놀라게 하려는 하이든의 계획에서 비롯되었죠. 2악장에서 갑작스럽게 크게 울리는 '포르테'(강하게 연주하라는 지시)가 청중을 향한 그의 작은 장난이었던 것입니다.

당시의 연주회장은 오늘날과는 달리 좀 더 소란스러웠습니다. 관객들은 공연 중에 졸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있었고, 연주에 몰입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눈치챈 하이든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청중의 주의를 끌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는 "청중이 졸고 있다면, 이 부분에서 잠에서 깨어나게 해 줄 것이다!"라는 재치 있는 생각을 품고 교향곡에 소리의 변화를 넣었습니다.

 

2. 놀라운 순간, 갑작스러운 소리 변화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 2악장은 아주 잔잔한 분위기로 시작됩니다. 현악기들이 부드럽게 연주하는 피아니시모(아주 약하게 연주하라는 지시)로 시작해, 청중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흐름이 계속될 것 같은 순간, 갑자기 강한 포르테가 등장해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만듭니다.

당시 이 교향곡을 들었던 사람들은 이 소리 변화에 크게 놀랐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하이든의 유머를 잘 몰랐던 청중은 예상치 못한 이 순간에 적잖이 당황했겠죠. 그렇지만 이후에는 이 장난이 하이든의 의도임을 알아차리고 웃음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관객을 놀라게 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들을 각성시키고 음악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하이든의 독창적인 방식이었습니다.

 

3. 하이든의 유머와 청중과의 소통

하이든은 늘 음악을 통해 청중과 소통하려고 했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단지 예술적인 표현 수단이 아니라, 청중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장치이기도 했죠. '놀람 교향곡'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는 청중의 반응을 고려해 작품을 구성하는 데 매우 능숙했습니다. "음악은 진지해야 한다"는 당시의 경향을 따르면서도, 그 틀을 깨는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습니다.

하이든은 단순히 청중을 즐겁게 하려는 것을 넘어서, "음악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그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연결됩니다. 그는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인생의 다양한 면을 음악에 담아내며 청중과 감정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그의 유머는 청중을 단순히 소비자로 여기지 않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참여자로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4. 하이든의 다른 장난기 넘치는 작품들

사실 하이든의 유머 감각은 '놀람 교향곡'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많은 작품 속에는 비슷한 장난기와 놀라움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교향곡 45번 '고별'에서는 마지막 악장에서 연주자들이 하나둘씩 무대를 떠나는 재미있는 연출이 있습니다. 이는 당시 하이든이 궁정에서 일하던 시절, 여름이 지나도록 궁정에서 돌아가지 못하던 연주자들이 집에 가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유쾌한 해결책이었죠.

이처럼 하이든은 음악 속에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청중과 소통하고, 연주자들과도 함께하는 유머를 공유했습니다. 그의 교향곡들은 단순히 음표와 리듬의 나열이 아니라, 인생의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반영하는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었습니다.

 

5. 하이든의 유산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의 유머 감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의 유머는 단지 순간의 즐거움을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며, 청중과 더 깊은 교감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이든이 보여준 이러한 재치는 그가 단순히 뛰어난 작곡가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소통할 줄 아는 예술가였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청중을 깜짝 놀라게 했던 그 순간은 단순한 장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악이 예상 가능한 것이 아니라, 언제든 놀라움을 줄 수 있는 예술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청중에게 더욱 깊이 있는 감상 경험을 제공하는 도구가 된 것이죠. 하이든의 재치는 그 시대뿐만 아니라 지금도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결국,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은 단지 한 순간의 깜짝 소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중과의 소통을 통해 음악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마법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교향곡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그가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유머와 교감의 메시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음악 이야기] - 하이든과 그의 '고별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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