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습곡의 끝판왕,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과 임윤찬

임윤찬 /사진: 반클라이번 재단

1. 초절기교 연습곡

피아노 연습곡 중 가장 어렵고 강도 높은 연습곡으로 꼽히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듣기만 해도 연주자의 한계를 시험하는 악명 높은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연습곡의 시작은 사실 쇼팽의 연습곡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세기에 쇼팽이 연습곡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움을 넘어선 경악을 느꼈습니다. "연습곡이 이렇게까지 어려울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고, 곡을 연주할 때 외과 의사를 대동해야 한다는 비꼼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쇼팽의 연습곡은 연주자에게 고도의 기교와 체력, 정신적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연습곡에 자극을 받은 피아노의 기교파, 프란츠 리스트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그는 쇼팽의 연습곡을 능가하는 더욱 길고 복잡하며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연습곡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곡이 바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시리즈입니다. 이 12개의 곡은 음역과 속도, 다양한 표현을 극대화하며 한 곡의 연주 시간이 길게는 한 시간을 넘어가기도 합니다. 리스트는 도대체 이런 곡들로 누구를 훈련시키려 했던 것일까요?

 

리스트와 가까운 프랑스 작곡가이자 평론가였던 베를리오즈가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제공합니다. 베를리오즈는 리스트가 이 연습곡을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쓴 것이며, 당대 그 누구도 이 곡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리스트는 피아노 기교의 한계를 끝까지 밀어붙였고, 이는 이후 피아노 역사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피아니스트들이 자신들의 기교와 음악성을 증명하는 곡으로 자리 잡으며, 당대 최고의 연주자들에게 도전 과제가 되었습니다.

 

2. 대표적 음반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곡을 완벽하게 연주한 피아니스트들의 음반이 명반으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라자르 베르만, 보리스 베르조프스키, 다닐 트리포노프 등 피아노 거장들이 전곡을 연주한 음반이 애청 음반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 리스트에 하나의 음반이 새로 추가되었는데, 이는 바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2년 텍사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선에서 연주한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실황입니다.

 

임윤찬의 연주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와 같은 세계적인 경연 대회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당시 18살에 불과했던 임윤찬은 무려 한 시간을 넘게 중간 휴식 없이 연주를 이어가며 정확성과 힘, 그리고 섬세한 완급 조절로 12곡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완벽하게 펼쳐냈습니다. 많은 청중과 심사위원들은 임윤찬의 연주에 감탄하며 콩쿠르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연주 중 하나로 평가했습니다.

 

이후 임윤찬은 쇼팽의 연습곡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그라모폰 음반상 후보에 오르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임윤찬이 경쟁한 후보 중 하나는 그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한 초절기교 연습곡 실황 음반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음악계에서는 "임윤찬이 임윤찬과 경쟁했다"는 유머스러운 평가가 나올 정도로 그의 음악성은 각광받았습니다.

 

3. 연습곡의 의미

초절기교 연습곡은 단순한 피아노 연습곡이 아니라, 피아니스트들이 한계를 뛰어넘어 도전하는 궁극의 작품입니다. 이 곡을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피아니스트는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 완벽한 기술적 숙련을 갖춰야 하며, 동시에 곡에 담긴 서사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리스트가 남긴 이 연습곡들은 이제 피아노 문헌에서 빠질 수 없는 레퍼토리로,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도전하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임윤찬의 초절기교 연습곡 실황 연주는 그의 잠재력을 확인하게 하는 동시에, 리스트가 남긴 이 곡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연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리스트가 피아노라는 악기에 부여한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그리고 초절기교 연습곡을 탐구하는 피아니스트들에게 임윤찬의 연주는 큰 영감을 주며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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