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도네온의 탄생
반도네온은 아르헨티나 탱고에서 빠질 수 없는 악기로, 탱고 특유의 애수와 정열을 한껏 표현하는 독특한 음색을 자랑합니다. 이 악기는 1850년대 독일에서 하인리 반트가 기존의 콘서티나라는 악기를 개량하면서 탄생했습니다. 당시 독일에서 반도네온은 주로 민속춤과 노래를 즐길 때 사용되었으며, 교회 오르간 대용으로 고안됐다는 설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독일 반도네온 제작 수리 공방에서 일하는 한국인 제작가 오 모씨의 말에 따르면, 반도네온은 교회와 관련이 없으며 민속 음악과 춤을 위해 탄생했다고 합니다.
2. 반도네온의 전파
독일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노동자들에 의해 남미로 전해진 반도네온은 아르헨티나에 자리 잡게 되었고, 곧 탱고 음악에서 중요한 악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반도네온은 생김새가 아코디언과 비슷해 보이지만, 연주 방식과 음색이 확연히 다릅니다. 연주자가 양손에 악기를 들고 가운데 풀무를 열었다 닫으면서 바람을 불어넣고, 건반 대신 버튼을 눌러 소리를 내는 방식입니다. 특히 어려운 점은 반도네온에 총 70개의 버튼이 있지만, 각 버튼이 높이대로 배열되지 않아서 하나하나의 음을 모두 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똑같은 버튼을 눌러도 풀무가 열리는지 닫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음이 나기 때문에 ‘악마의 악기’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그러나 반도네온의 음색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반도네온은 경쾌하면서도 쓸쓸한 감성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으며, 특유의 투박하면서 날이 선 듯한 음색은 탱고 음악에서 깊은 감정을 자아냅니다. 이런 매력 덕분에 최고의 반도네온 연주자들은 대부분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에두아르도 아롤라스와 아니발 트로일로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트로일로는 탱고의 황금기를 이끈 인물로, 그의 생일인 7월 11일은 아르헨티나에서 ‘반도네온의 날’로 지정되어 매년 기념되고 있습니다.
3. 피아졸라와의 만남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음악가 아스트로 피아졸라는 반도네온 연주자로서 그 명성을 떨쳤습니다. 클래식 작곡가가 되기를 꿈꾸던 피아졸라에게 반도네온은 생계 수단이었고, 나중에 새로운 탱고, 이른바 ‘누에보 탱고’를 선보이며 세계적인 반도네온 연주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피아졸라는 전통적인 탱고에서 벗어나 클래식과 재즈를 결합한 혁신적인 스타일로 탱고를 재해석했고, 연주할 때마다 반도네온을 들고 무대에 올라 그 고유의 음색으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피아졸라의 음악은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오늘날에도 전 세계의 많은 음악가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반도네온의 매력을 경험합니다. 그의 대표적인 곡인 <리베르탱고>는 전통적인 탱고의 틀을 넘어서 탱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반도네온이 가진 섬세한 감정 표현력을 잘 보여줍니다.
4. 마무리
반도네온은 단순히 하나의 악기가 아닌, 탱고 음악의 영혼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아왔습니다. 악기의 조작 난이도와 독특한 음색 덕분에, 한 번 반도네온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쉽게 그 매혹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음악 이야기] - 스텝이 꼬여도 계속 추는 춤, 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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