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랄토(Contralto)는 여성 성악에서 가장 낮은 음역을 가진 성부로, 그 음색은 따뜻하고 풍부하며, 때로는 심오한 울림을 자아냅니다. 이러한 음역대는 주로 높은 음의 소프라노 성부와 대비되어 여성 목소리의 다양한 음색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콘트랄토는 여성의 성부 중에서도 가장 드물며, 특유의 깊고 묵직한 음성은 감정의 깊이를 전달하는 데 탁월합니다. 이 음역은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극적인 오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콘트랄토의 역할: 베르디와 바그너의 작품을 중심으로
이제 콘트랄토가 오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두 명의 오페라 대가인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는 콘트랄토 음역을 각기 다르게 활용했습니다.
베르디의 콘트랄토
베르디는 오페라에서 인간의 감정과 갈등을 표현하는 데에 매우 능숙했습니다. 그는 콘트랄토 성부를 주로 연령이 많거나 권위적인 여성, 혹은 비극적인 인물을 묘사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베르디의 대표작 "아이다"(Aida)에서 아몰네리스(Amneris)라는 캐릭터는 콘트랄토나 메조소프라노가 주로 맡습니다. 아몰네리스는 이집트 공주로서 권위적이고 강렬한 성격을 지닌 인물인데, 그녀의 복잡한 감정과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그녀의 낮고 묵직한 음색으로 더욱 강조됩니다. 베르디는 이처럼 콘트랄토의 깊은 음색을 통해 감정의 무게를 실어 표현하려 했습니다.
또 다른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에서 아추체나(Azucena)라는 역할이 있습니다. 아추체는 비극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복수심에 불타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음색은 어두우면서도 강렬해, 청중에게 그 비극성을 강하게 전달합니다. 베르디는 콘트랄토 성부를 통해 이러한 복잡한 감정의 심리를 심도 있게 표현했습니다.
바그너의 콘트랄토
반면에, 바그너는 신화적이고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자주 다룬 작곡가로, 그의 오페라에서는 콘트랄토가 초월적이거나 운명적인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콘트랄토는 종종 예언자, 마녀, 또는 운명적 인물을 나타내며, 이러한 인물들은 강한 카리스마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바그너의 대표작인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여러 여성 인물들 중, 신비로운 여신이나 강력한 어머니 같은 역할은 콘트랄토로 종종 맡겨집니다. 특히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에서 브랑겐(Brangäne)이라는 인물은 이졸데의 충직한 하녀이자 조언자로서, 깊고 강렬한 콘트랄토 음색을 통해 그녀의 충성심과 비극적인 운명을 강조합니다. 바그너는 이처럼 콘트랄토의 음색을 통해 신화적인 분위기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 냈습니다.
콘트랄토의 전설이 된 흑인 성악가, 마리아 앤더슨
콘트랄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마리안 앤더슨(Marian Anderson)입니다. 그녀는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흑인 성악가로, 콘트랄토 음색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전 세계에 알린 인물입니다. 마리안 앤더슨은 탁월한 음악적 재능뿐만 아니라 인종차별에 맞선 상징적인 인물로도 유명합니다.
1939년, 앤더슨은 워싱턴 D.C.의 대형 공연장인 헌법 홀에서 공연을 하려고 했지만, 그 당시 미국은 여전히 인종차별이 심각했고, 그녀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공연장 사용을 거부당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전역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엘리너 루스벨트(당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가 앤더슨을 지지하며 그녀가 링컨 기념관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공연은 부활절인 1939년 4월 9일, 링컨 기념관 계단에서 열렸고, 약 75,000명의 청중이 모였습니다. 그곳에서 앤더슨은 "나의 나라, 나의 조국(The Star-Spangled Banner)"과 흑인 영가 등을 불렀고, 그녀의 콘트랄토 음색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공연은 단순한 음악회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것은 미국 내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저항이자, 예술의 힘을 보여준 순간이었습니다.
마리안 앤더슨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공연을 통해 인종의 장벽을 넘어서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음악적 재능과 콘트랄토 음색의 아름다움은 그녀가 흑인 성악가로서 겪은 어려움을 넘어선 위대한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깊이와 감정의 상징
콘트랄토는 그 자체로 드문 음역이지만, 그 음색의 깊이와 묵직함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매우 강력한 도구입니다. 베르디와 바그너 같은 오페라 대가들은 콘트랄토를 통해 각각의 방식으로 감정과 운명을 드러냈으며, 마리안 앤더슨과 같은 전설적인 성악가는 그 음색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콘트랄토는 오페라뿐만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예술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으며, 앞으로도 그 깊은 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입니다.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헨델 '메시아'의 기적적 성공 (2) | 2024.10.12 |
---|---|
색소폰은 금관 악기일까? 목관 악기일까? (2) | 2024.10.11 |
베토벤의 '고별 소나타'와 절친의 이별 (2) | 2024.10.10 |
말러의 '교향곡 9번'과 죽음의 그림자 (1) | 2024.10.10 |
어떤 음색의 소프라노를 좋아 하세요? (1) | 2024.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