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완성 교향곡’의 탄생 배경
슈베르트는 1822년에 교향곡 8번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전에도 여섯 개의 교향곡을 작곡한 바 있지만, 그 당시 슈베르트는 가곡 작곡에 더 주력하며 교향곡 분야에서는 모차르트와 베토벤과 같은 거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교향곡 8번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슈베르트가 새롭게 도전한 작품으로, 기존의 교향곡들과는 다른 감성적 깊이와 혁신성을 지닌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교향곡은 두 악장만 완성되었으며, 슈베르트는 이후 세 번째 악장인 스케르초의 일부를 작곡했으나 끝내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미완성 교향곡’이라는 이름으로 후세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왜 슈베르트가 이 작품을 끝내지 않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 건강 악화와 미완성의 이유
슈베르트가 교향곡 8번을 끝내지 못한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유 중 하나는 그의 건강 문제입니다. 슈베르트는 1820년대 초반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으며, 이는 그의 창작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1822년경 슈베르트는 티푸스, 매독, 식중독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며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그는 이런 병들로 인해 심신의 고통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이 병으로 인한 증상과 합병증이 그의 작업 능력을 크게 저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1823년, 슈베르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절망적인 심경을 드러내며, “나는 지금 가장 불행하고 비참한 존재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은 그가 교향곡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일부 학자들은 그가 병으로 인해 큰 좌절을 겪으면서 창작 의욕을 잃었고, 이로 인해 ‘미완성 교향곡’이 그대로 남겨졌다고 주장합니다.
3. 창작적 방해와 내부적 갈등
건강 문제 외에도, 슈베르트가 이 교향곡을 끝내지 못한 데에는 창작적 방해 요소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슈베르트는 음악적으로 매우 혁신적인 시도를 했던 작곡가로, 그가 구상한 교향곡의 양식과 형식은 당시의 전통적인 교향곡 구조와 상당히 달랐습니다. ‘미완성 교향곡’은 그의 이전 교향곡들과는 다르게 더욱 긴장감 넘치고 어둡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첫 번째 악장은 기존의 고전적인 형식과 달리 감정적인 폭발력과 긴장감을 강하게 전달합니다.
슈베르트는 이러한 새로운 음악적 방향성에서 오는 창작적 압박과 혼란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1820년대 초반은 슈베르트가 예술적으로 성장하면서 고유한 음악적 목소리를 찾는 시기였으며, 그 과정에서 그는 전통적인 교향곡 형식을 탈피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슈베르트 본인에게 창작적 갈등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향곡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구조와 형태가 필요했지만, 슈베르트는 새로운 음악적 접근 방식으로 인해 이러한 구조를 마무리 짓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습니다.
4. 외부적 요인과 작품의 소외
또 다른 추측은 슈베르트가 단순히 교향곡 8번을 잊어버렸거나 소외시켰다는 설입니다. 1822년, 슈베르트는 이 교향곡의 첫 두 악장을 완성한 후 그라츠 음악 협회로부터 명예 회원에 임명되며 이 작품을 헌정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슈베르트는 이 교향곡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고, 다른 작품들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당시 작곡하던 방랑자 환상곡(Wanderer Fantasy)과 미사곡 등의 작업에 몰두하면서, 교향곡 8번은 자연스럽게 그의 작업 목록에서 뒤로 밀려났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들이 겹쳐지면서, 슈베르트는 교향곡 8번을 끝내지 않고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그동안 수많은 미완성 작품들을 남겼는데, 이는 그가 당시 여러 작품을 동시에 작곡하는 중복 작업을 자주 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교향곡 8번 역시 일종의 창작 과정에서 소외되었을 수 있습니다.
5. ‘미완성’ 속에 담긴 완성
비록 ‘미완성 교향곡’은 두 악장만으로 남아 있지만,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첫 번째 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는 슈베르트 특유의 선율적 아름다움과 심오한 감정 표현이 돋보이며, 두 번째 악장 안단테 콘 모토는 명상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마치 완결된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이 두 악장은 그 자체로 강력한 감정적 완결성을 지니고 있어, 많은 음악가와 학자들은 이 교향곡이 비록 ‘미완성’이라 불리지만, 사실상 슈베르트가 의도한 대로 완성된 작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그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신비로운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가 이 곡을 끝내지 못한 이유는 건강 악화, 창작적 갈등, 그리고 외부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비록 두 악장만 완성되었지만,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완전한 감정적 깊이와 아름다움을 담고 있으며, 후세에 ‘미완성’이라는 타이틀 속에서도 불멸의 걸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슈베르트가 자신의 삶과 창작 과정에서 겪었던 고통과 고민은 이 교향곡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며,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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