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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모차르트의 미완성 레퀴엠

by 해이야 2024. 9. 25.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미스터리와 전설이 얽힌 작품입니다. 죽음을 앞둔 모차르트가 생의 마지막까지 작업하던 중 세상을 떠나 미완성으로 남은 이 작품은 그만의 천재성을 극적으로 부각시킵니다. 모차르트가 그의 제자 프란츠 자위어 쥐스마이어(Franz Xaver Süssmayr)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지만, 그 과정과 배경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1. 의문의 의뢰

1791년, 모차르트는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레퀴엠' 작곡을 의뢰받습니다. 이 의뢰자는 베일에 싸여 있었고, 모차르트는 그를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이 의뢰자는 프란츠 폰 발제크 백작(Count Franz von Walsegg)으로, 그는 자신의 아내가 사망하자 그녀를 기리기 위해 레퀴엠을 모차르트에게 부탁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백작은 이 곡을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의뢰자의 신분이 비밀로 유지되었습니다.

모차르트는 처음에 의뢰자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로, 이 곡을 매우 특별한 일로 받아들였습니다. 건강이 악화되고 있던 그는 이 의뢰를 자신의 "죽음을 위한 미사곡"으로 인식했으며,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모차르트는 평생 동안 병약했지만, 특히 그의 마지막 해에는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었고,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2.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작곡하는 동안 점점 더 강한 불안감을 느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자신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며, 이 곡이 자신의 장례식에서 연주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 비극적 믿음은 그의 작품에 깊은 감정을 불어넣었습니다. 실제로 레퀴엠의 첫 부분, Introitus의 장중한 화성과 어두운 분위기는 죽음과 종교적 엄숙함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레퀴엠의 일부만을 직접 작곡한 채로 1791년 12월 5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직접 작곡한 부분은 서문과 Kyrie, Dies Irae, Tuba Mirum 등 몇몇 중요한 부분에 불과했습니다. 이 미완성 작품은 그의 아내 콘스탄체에게 남겨졌고, 그녀는 남편의 작품을 완성해줄 사람을 찾아야 했습니다.

 

3. 제자 쥐스마이어의 완성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아내 콘스탄체는 남은 악보를 기반으로 레퀴엠을 완성해 줄 사람을 찾아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작곡가들이 이 일을 맡았지만, 결국 이 과업을 완성한 사람은 모차르트의 제자인 프란츠 자위어 쥐스마이어였습니다.

쥐스마이어는 모차르트와 가까운 사이였으며, 모차르트가 죽기 전까지 그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쥐스마이어는 모차르트의 작곡 스타일과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모차르트가 남긴 스케치와 악보를 바탕으로 레퀴엠의 나머지 부분을 작곡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모차르트의 순수한 창작이고, 어떤 부분이 쥐스마이어의 창작인지에 대한 논란은 오랜 시간 지속되었습니다.

쥐스마이어는 완성된 레퀴엠을 모차르트의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후세 음악학자들은 모차르트와 쥐스마이어의 작품이 혼재되어 있는 부분을 여러 차례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SanctusAgnus Dei는 쥐스마이어의 손길이 크게 느껴지며, 이러한 부분은 모차르트의 초기 스케치와 비교하여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쥐스마이어가 모차르트의 스타일을 충실히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작품의 통일성은 유지되었습니다.

 

4. 모차르트의 심리 상태

모차르트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레퀴엠을 작곡하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의 삶은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악화, 그리고 인정받지 못하는 천재로서의 고뇌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의 편지들에서는 자신이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레퀴엠을 작곡하던 모차르트는 그 어느 때보다 내면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이는 음악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비록 미완성이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과 아름다움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5.  미완성의 완전함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미완성으로 남았지만, 그 미완성 속에서 더욱 빛나는 걸작이 되었습니다.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가 완성한 부분까지 포함하여,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마지막 유산으로 남아 있으며, 죽음과 삶, 그리고 인간의 심연을 표현하는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모차르트가 직접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의 레퀴엠은 그가 남긴 가장 깊이 있는 작품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그의 내면의 고통,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된 이 곡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감동을 주며 연주되고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짧았던 생애와 그의 마지막 순간을 담아낸 이 곡은 인간의 운명과 예술의 불멸성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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