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흥미로운 미신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9번 교향곡의 저주'입니다. 이는 많은 작곡가들이 9번째 교향곡을 작곡한 후 세상을 떠났다는 점에서 유래한 이야기인데요.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과 음악학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회자되며 흥미를 자아내는 주제입니다. 그렇다면 이 저주는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음악사 속에 숨겨진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1. 9번 교향곡을 넘기지 못한 거장들
베토벤과 9번 교향곡
9번 교향곡의 저주가 처음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이후부터입니다. 그는 1824년 교향곡 9번 "합창"을 발표한 후 1827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베토벤은 생전에 교향곡 10번을 계획했지만 완성하지 못했죠. 그 후로 많은 작곡가들이 9번 교향곡을 마지막으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슈베르트의 비극
베토벤의 뒤를 이어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합니다. 그는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1828년에 숨졌으며, 그가 작곡한 9번째 교향곡(D장조, "그레이트")이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 되었습니다.
브루크너와 드보르자크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도 교향곡 9번을 작곡했지만 미완성으로 남긴 채 1896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ín Dvořák) 역시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작곡한 후 더 이상 교향곡을 쓰지 못하고 1904년 생을 마감했습니다.
2. 9번 교향곡의 저주, 단순한 우연일까?
이처럼 9번째 교향곡이 마지막 작품이 된 사례가 이어지면서 '9번 교향곡의 저주'라는 흥미로운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미신으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음악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1) 작곡가들의 노령과 건강 문제
대부분의 작곡가들이 9번째 교향곡을 남길 당시 이미 연로한 나이였습니다. 19세기 후반까지 의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음악가들의 평균 수명도 지금보다 짧았고, 창작 활동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도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2) 베토벤의 그림자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은 클래식 음악사에서 절대적인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후 작곡가들은 이 장대한 유산을 뛰어넘으려는 부담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9번을 작곡한 후 더 이상 교향곡을 쓰지 않거나, 미완성으로 남기는 심리적 요인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3) 10번 교향곡을 두려워한 작곡가들
말러(Gustav Mahler)는 이러한 미신을 의식한 대표적인 작곡가입니다. 그는 9번째 교향곡을 작곡한 후, '교향곡'이라는 명칭을 피하기 위해 그의 다음 작품(대지의 노래, Das Lied von der Erde)을 교향곡이 아닌 '가곡 교향곡'으로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교향곡 9번을 완성하고 나서도 10번을 미완성으로 남긴 채 세상을 떠나게 되죠.
3. 9번 교향곡을 넘은 작곡가들은 없을까?
이와 반대로, 9번 교향곡의 저주를 피해 간 작곡가들도 존재합니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는 교향곡 15번까지 작곡했고,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 역시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남겼습니다. 따라서 이 저주는 어디까지나 일부 작곡가들에게 해당되는 미신일 뿐, 모든 작곡가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4. 결론: 전설이 된 9번 교향곡
9번 교향곡의 저주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미신이지만, 음악사 속에서 흥미로운 전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라기보다, 교향곡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역사적, 심리적 무게감과도 관련이 깊을 것입니다. 또한,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 남긴 엄청난 유산과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후대 작곡가들의 부담감이 이러한 미신을 더욱 강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비록 저주라 불리지만, 9번 교향곡은 대부분의 작곡가들에게 최고의 걸작으로 남았으며, 오늘날까지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결국, 저주는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 위대한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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