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성악의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매혹적인 존재 중 하나가 바로 ‘카운터테너’다. 높은 음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들은 특히 바로크 음악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며, 독특한 발성과 기술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성악 기법 중 하나가 바로 ‘멜리즈마(Melisma)’다. 이 글에서는 카운터테너의 특징과 멜리즈마 기법의 역할, 그리고 이 둘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고전 성악을 완성해 내는지 살펴본다.
카운터테너란 무엇인가?
카운터테너(countertenor)는 남성 성악가 중 가장 높은 음역을 소화하는 보컬 파트로, 일반적으로 알토(Alto)나 소프라노(Soprano) 음역까지 소화할 수 있다.
이들은 성대의 진성보다는 두성이나 가성에 가까운 발성을 사용해 부드럽고도 맑은 음색을 만들어낸다.
카운터테너는 주로 바로크 시대 오페라와 종교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한때 여성 출연이 금지되었던 무대에서 **카스트라토(castrato)**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떠오르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알프레도 크라우스, 안드레아스 숄, 필립 자루스키 등 세계적인 카운터테너들이 활동하며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멜리즈마 기법이란?
‘멜리즈마(Melisma)’는 한 음절의 가사에 여러 음을 붙여 길고 유려하게 부르는 기법을 뜻한다.
고대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유래한 이 기법은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와 고전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었으며, 오늘날의 오페라와 현대 팝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악에서는 특히 감정의 과잉 표현, 기교적 능력 과시, 극적 장면의 강조 등에서 멜리즈마가 큰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헨델의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나 바흐의 ‘마태수난곡’ 속 아리아에서 화려하고 섬세한 멜리즈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운터테너와 멜리즈마의 궁합
멜리즈마는 특히 고음역대에서 섬세한 조절이 필요하며, 일반적인 남성 성역보다 풍부한 유연성과 가벼움을 갖춘 카운터테너에게 매우 잘 어울리는 기법이다.
멜리즈마를 구사하는 데 필요한 안정된 호흡, 빠른 음정 이동, 음색의 지속성은 카운터테너의 특성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예를 들어 안드레아스 숄이 부르는 바흐의 칸타타 속 멜리즈마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예술적 해석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연주는 단순히 ‘높은음을 부른다’는 개념을 넘어, 고음의 선율을 어떻게 장식하고 연결하며 감정을 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멜리즈마, 바로크 성악의 핵심 장식 기법
멜리즈마는 바로크 음악에서 흔히 사용되는 오르나멘테이션(ornamentation) 기법 중 하나로, 트릴, 턴, 애플리지아투라 등과 함께 성악적 화려함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은 멜리즈마를 통해 청중에게 감동을 주고, 성악가의 기량을 드러내며, 종교적 혹은 극적인 상황에서 강한 몰입감을 이끌어냈다. 이 기법은 단지 ‘기교’가 아니라, 선율과 감정을 동시에 표현하는 음악적 장치였던 것이다.
현대에서 멜리즈마와 카운터테너의 의미
오늘날 클래식 무대에서는 바흐, 헨델, 퍼셀 등의 바로크 작품이 다시 조명되면서 카운터테너와 멜리즈마의 조합이 재조명되고 있다.
관객들은 단순한 고음의 매력 이상으로, 섬세한 표현력과 시대적 해석이 어우러진 연주를 기대하며 공연장을 찾는다.
카운터테너는 더 이상 ‘특이한 음역’의 대명사가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 해석과 음악적 깊이를 동시에 요구받는 전문 파트로 자리 잡고 있다. 멜리즈마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그들의 능력은 고전 음악의 예술성과 깊이를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마무리하며
카운터테너와 멜리즈마 기법은 단순한 고음의 기술이 아니라, 고전 성악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보여주는 핵심 요소다. 바로크 음악의 섬세함, 성악가의 기술적 정수, 그리고 감정의 폭발을 모두 담고 있는 이 조합은 클래식 음악의 진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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