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의 대표적인 명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는 웅장하면서도 경건한 선율로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입니다. 특히 결혼식, 성탄절, 장례식 등 다양한 의식에서 자주 연주되며 성모 마리아를 찬미하는 가톨릭의 기도문 ‘아베 마리아(성모송)’로 널리 알려져 있죠.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아베 마리아’의 가사는 원래 성모송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원래의 ‘아베 마리아’는 성모송이 아니었다
1825년, 프란츠 슈베르트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월터 스콧(Walter Scott)의 서사시 『호수의 여인(The Lady of the Lake)』 중 한 장면을 바탕으로 ‘엘렌의 노래 3번(Ellens Gesang III)’을 작곡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아베 마리아’입니다.
당시 슈베르트는 스콧의 시를 독일어로 번역한 시인 아담 슈토르크(Adam Storck)의 번역본을 바탕으로 가사를 붙였습니다. 이 곡은 극 중 여주인공인 엘렌이 성모 마리아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장면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으로, 종교적 분위기를 띠긴 하지만 실제 가사 내용은 전통적인 라틴어 성모송과는 전혀 다릅니다.
즉, 슈베르트가 작곡한 원래의 ‘아베 마리아’는 엄밀히 말하면 성모 마리아를 향한 시적 기도일 뿐, 가톨릭 기도문은 아니었습니다.
가사 내용과 감성
독일어 원문을 보면, 곡의 시작은 ‘Ave Maria! Jungfrau mild!’라는 구절로 시작되며, 번역하면 “아베 마리아, 온유한 처녀여!”가 됩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방황하는 내 마음, 그대 앞에 꿇어앉아 하소연하니 들으소서. 내 기도드리는 마음 평안히 잠들게 하소서. 어린 소녀의 기도를 성모여 돌보아 주옵소서.”
이러한 가사는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위로를 찾는 한 소녀의 간절한 기도를 담고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이러한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내어, 단순한 종교적 곡을 넘어 보편적인 위로와 평안을 주는 음악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라틴어 성모송과의 결합은 후대의 일
오늘날 널리 불리는 ‘아베 마리아’ 버전은 라틴어 성모송(Hail Mary) 가사를 붙인 형태입니다. 이는 슈베르트가 작곡한 원래 곡에 나중에 성모송 가사를 얹은 것이며,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가톨릭 기도문을 음악으로 표현한 종교곡이라고 오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클래식 음악에서 종종 있는 일로, 음악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새로운 가사를 붙여 활용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다양한 해석과 가사로 불리게 된 것도 그만큼 이 곡이 지닌 보편적인 감동과 힘 덕분입니다.
시대를 초월한 감동
‘아베 마리아’는 이제 종교를 초월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곡이 되었습니다. 결혼식에서 신부의 입장을 장엄하게 만드는 음악으로, 사랑하는 이를 기리는 장례식의 배경음악으로, 혹은 혼자 조용히 마음을 정리할 때 듣는 음악으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삶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슈베르트가 표현한 인간의 진심 어린 기도와 음악의 아름다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단지 성모송이라는 종교적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위로와 평안을 전하는 보편적인 감성의 노래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곡은 더없이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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