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20세기 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조성을 거부하고 무조 음악을 개척하며 현대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12음 기법이라는 혁신적인 작곡 기법을 개발해 음악적 표현의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예술적인 천재성 이면에는 그의 독특한 두려움, 즉 숫자 13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있었습니다. 쇤베르크의 이 공포증은 단순한 불안감을 넘어서 그의 음악, 창작 과정, 심지어는 삶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쇤베르크와 숫자 13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며, 이 독특한 심리적 공포가 그의 삶과 음악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1. 숫자 13에 대한 쇤베르크의 집착과 공포
숫자 13에 대한 공포증은 '트리스카이데카포비아'라고 불립니다. 쇤베르크는 이 숫자에 대한 공포심을 평생 동안 가지고 있었으며, 숫자 13이 자신의 삶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에게 이 숫자는 불길함의 상징이었으며, 13과 연관된 날짜, 나이, 심지어 자신의 작품 번호에도 큰 경계를 두었습니다.
쇤베르크는 특히 자신의 생일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의 생일은 불행히도 매년 9월 13일로, 숫자 13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는 매해 자신의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두려움을 느꼈고,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느꼈다고 전해집니다. 쇤베르크가 이 숫자를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는데, 그는 어떤 숫자에서 13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스러워하여 자신이 사용하는 작품 제목, 악장 번호 등에서 13을 피하거나 변형했습니다.
2. 음악 작품 속 숫자 13 회피하기
쇤베르크는 자신의 음악 작품에서도 13이라는 숫자를 피하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13번째 곡이나 악장을 만들 때 굳이 다른 번호를 붙이거나 변형을 주어 13이 직접 드러나지 않도록 조정했습니다. 그의 '피아노 모음곡, 작품 번호 25'에서 일부 악장을 순서대로 번호 매기지 않은 것도 이러한 두려움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작품 번호를 13번째로 붙이는 것을 회피하며 다음 작품을 14로 표기하거나 그 사이를 비워두는 방식으로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려 했습니다.
또한, 12음 기법을 사용할 때도 그의 트리스카이데카포비아가 드러납니다. 쇤베르크는 12음 음계로서의 질서를 중시했지만, 그 과정에서 13이라는 숫자가 절대 드러나지 않도록 더욱 꼼꼼하게 작업했습니다. 쇤베르크의 이러한 조심스러움은 그가 예술적인 창조 과정에서도 심리적인 불안감을 극복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3. 쇤베르크의 사망과 숫자 13의 연관성
쇤베르크의 숫자 13에 대한 공포는 그의 삶의 끝까지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자신의 나이가 76세가 되었을 때 특히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7과 6을 더하면 13이 되기 때문에, 그는 이 나이에 자신이 무언가 큰 불행을 맞이할 것이라고 두려워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쇤베르크는 1951년 7월 13일, 정확히 금요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그의 숫자 13에 대한 두려움이 결국 현실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쇤베르크의 죽음은 트리스카이데카포비아를 믿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후로도 그의 공포증이 진실로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는 음악계에서 널리 전해졌습니다. 쇤베르크의 공포는 단순히 그의 삶의 불안 요소로 남지 않았고, 그의 죽음조차 이 숫자와 얽히게 되면서 더 큰 상징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4. 쇤베르크의 트리스카이데카포비아가 남긴 의미
쇤베르크의 숫자 13에 대한 공포는 그의 삶을 지배했을 뿐 아니라 그의 예술적 표현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예술적 방식으로 극복하려 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불안과 심리적인 어려움을 예술로 승화하려는 의지가 보입니다. 쇤베르크가 이룩한 무조 음악과 12음 기법은 정형화된 구조를 탈피하려는 예술가의 실험 정신을 상징하며,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공포를 마주하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극복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가 남긴 음악 작품들은 13이라는 숫자를 피하려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얼마나 깊이 이 숫자에 집착했는지를 드러냅니다. 쇤베르크의 트리스카이데카포비아는 단순히 개인적인 두려움이 아닌, 그의 창조적 과정에서 강한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더욱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쇤베르크의 숫자 13에 대한 공포를 넘어서
숫자 13에 대한 공포는 쇤베르크의 삶과 예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그가 생일을 두려워하고, 나이와 작품 번호를 신경 쓴 것은 단순한 미신이 아닌 그의 예술 세계에 깊이 녹아 있던 심리적 특징이었습니다. 쇤베르크의 삶을 지배한 이 공포는 그의 죽음까지 이어졌으며, 그는 결국 그가 두려워하던 13에 맞닿은 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쇤베르크는 숫자 13에 대한 두려움을 오히려 자신의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예술이 인간의 심리적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되었습니다.
쇤베르크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미신이나 숫자에 대한 공포가 사람의 창조적 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의 예술적 여정을 이해함으로써 숫자와 미신에 대한 인간적인 집착이 어떻게 심리적 고뇌와 창조적 영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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