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은 1809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를 침공하던 격동의 시기에 완성된 작품이다. 이 작품의 2악장에는 베토벤이 "오스트리아가 나폴레옹에게 대가를 치르고 있다"라는 비통한 문구를 적어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이 협주곡에 붙은 ‘황제(Emperor)’라는 별칭은 나폴레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별칭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1. '황제'라는 별칭,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이 아니다
베토벤은 공화주의적 신념을 가진 작곡가로, 처음에는 나폴레옹을 시민혁명의 상징으로 여기고 존경했다. 그의 교향곡 제3번 '에로이카'도 원래 나폴레옹에게 헌정할 계획이었지만, 나폴레옹이 황제 자리에 오르자 배신감을 느끼고 악보 표지를 찢어버린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그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황제’라는 명칭이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실 ‘황제 협주곡’이라는 별칭은 영국에서 유래했다. 협주곡 제5번의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의 웅장함에 감동한 영국 청중들이 자연스럽게 ‘황제’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 별칭이 이후 널리 퍼지면서 정착된 것이다.
2. 웅장함과 혁신이 돋보이는 피아노 협주곡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은 그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이자 가장 위대한 협주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특히,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이 작품의 특징을 이룬다.
-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기교
협주곡의 도입부부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강렬하게 등장하며, 솔로 피아노의 화려한 패시지가 이어진다. 이는 당시까지의 협주곡 형식과는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 서정적이고 평온한 2악장
전쟁의 혼란 속에서 작곡된 곡임에도 불구하고, 2악장은 마치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 힘차고 승리감 넘치는 피날레
마지막 악장은 빠른 템포와 강렬한 에너지가 돋보이며, 전반적으로 승리의 행진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웅장함이 바로 ‘황제’라는 별명이 붙게 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3. '황제 협주곡'이 남긴 유산
오늘날 ‘황제 협주곡’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는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이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조화, 극적인 전개, 감성적인 2악장 등이 어우러져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이 곡의 별칭이 베토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붙여졌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베토벤이 직접 붙이지 않은 별칭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많은 그의 작품들이 후대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이름을 얻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작품의 본래 의미가 왜곡되기도 했다. 우리가 음악을 감상할 때 단순한 별칭에 의존하기보다, 그 음악이 탄생한 배경과 작곡가의 의도를 탐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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